삼 년 전 빌려준 오백만 원을 못 받았는데 그 친구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
대학 때부터 알던 친구입니다. 삼 년 전에 오백만 원을 빌려줬습니다.
빌려줄 때
가게를 정리하면서 밀린 월세를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. 차용증은 쓰지 않았습니다. 계좌이체 기록만 있습니다.
여섯 달 안에 갚겠다고 했습니다.
그 뒤
첫 해에는 두 번 연락이 왔습니다. "미안하다,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."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.
이 년째부터는 먼저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. 제가 안부를 물으면 답은 왔습니다. 다만 돈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았습니다.
그러다 지난주에 청첩장이 왔습니다. 카카오톡 단체 청첩장이었습니다.
친구 입장도 생각해 봤습니다
친구는 지금 회사를 다닙니다. 신용 회복 중이라고 들었습니다. 결혼식도 작게 한다고 합니다.
돈이 있으면서 안 갚는 게 아니라, 없어서 못 갚는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. 삼 년 동안 한 번도 저를 피하지는 않았습니다.
그리고 청첩장은 저한테만 보낸 게 아니라 원래 돌리던 사람들에게 다 보낸 것일 겁니다. 저를 콕 집어서 부른 게 아닙니다.
제가 걸리는 것
가면 축의금을 냅니다. 안 낼 수는 없습니다.
그러면 오백만 원을 못 받은 상태에서 십만 원을 더 얹는 셈이 됩니다.
안 가면 삼 년 된 관계가 여기서 끝납니다. 그리고 아마 친구는 제가 돈 때문에 안 왔다고 생각할 겁니다. 틀린 생각도 아닙니다.
아내는 "가서 봉투 없이 밥만 먹고 오라"고 했습니다. 그건 더 못 하겠습니다.
여쭙고 싶습니다
이 결혼식에 가는 게 맞을까요, 안 가는 게 맞을까요.
그리고 빌려준 돈과 축의금은 별개일까요, 아니면 같은 주머니일까요.
여러분의 판단은 어느 쪽인가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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